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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천원'이라지만…결제 단계 가면 수백 배 뛴다

“7~8월 임박 특가 진행, 항공 운임 천원”



본격 휴가철에 접어든 17일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항공 운임 천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다음달 말까지 국내선 2개와 국제선 17개 노선의 출발편 운임으로, 시내버스 요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결제 단계에서 실제로 지불해야 할 항공 운임은 노선별로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로 뛴다. 유류할증료와 공항 이용료를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항공사는 이달 초에도 ‘국내선 운임을 1천원부터 시작한다’는 특가 프로모션 자료를 돌렸다. 몇몇 경제지는 ‘버스 요금보다 싼 항공권’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제목만 봐서는 천원짜리 국내선 티켓이 등장한 거로 생각하지만, 엄연한 착시다. 항공사 쪽에서 제시한 항공 운임은 총액 기준이 아닌 ‘순수 운임’일 뿐이다. 제목만 본 소비자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다.



18일 항공업계 말을 종합하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저비용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항공권 특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항공사들이 마케팅 과정에서 항공권 가격정보를 교묘히 비틀거나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순수 운임’을 ‘항공 운임’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마케팅 자료에 해당 노선의 항공 운임 총액을 표기한 내용을 담긴 했으나, 대부분 소비자는 초저가로 표기된 ‘항공 운임’을 항공권 가격으로 생각한다.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ㄱ씨는 “국내 항공운임 1천원, 일본 9900원이라는 말에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실제 결제금액은 완전히 달랐다”며 “괘씸함이 느껴지는 상술”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의 항공권 꼼수 판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항공사들의 ‘눈속임 마케팅’을 막고 제대로 된 가격정보를 제공하도록 2014년 ‘항공운임 총액 표시제’를 도입했다. 항공운임 총액 표시제는 항공권을 비교·선택할 때 노출되는 가격 정보를 소비자가 내야 할 총액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모든 항공사는 순수 운임, 유류할증료, 공항시설 이용료 등을 포함한 총액과 왕복·편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순수 운임을 항공 운임인 양 표기하고, “ㅇㅇ 요금보다 싼 항공권”이라는 식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착시 효과를 노린 마케팅 꼼수가 여전한 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국내·외 항공사 71개사를 대상으로 항공운임 등 총액에 관한 정보 제공의 준수 여부를 불시점검해 항공권 가격을 총액이 아닌 순수 운임만 표기해 홍보했거나 편도·왕복 여부를 표기하지 않은 12곳을 적발해 200만원씩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